올해로 4회를 맞는 성북청춘불패영화제에 전부 818편의 작품이 모였습니다. 2023년 이후 제작한 신작일 것, 연출자의 나이가 34세 미만일 것, 러닝타임이 30분 미만일 것이라는 지원 자격이 있음에도 이렇게 많은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은 영화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와 예술적 비전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려는 젊은 창작자들이 많다는 고무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고민이 담긴 소중한 작품을 만들어주신 모든 감독님과 스태프들, 배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다섯 명의 예심위원들은 지난 여름 동안 긴 토론을 거쳐 총 34편의 최종 상영작을 선정하였습니다. 선정 과정에서 형식적 새로움, 현실을 향한 고민의 깊이, 소재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고유한 관점, 전체적인 영화적 완성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으며, 그중에서도 전에 볼 수 없던 새롭고 독특한 개성이 돋보이는 영화들을 두고 더 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심사 과정에서 올해 특별히 다가왔던 특징, 혹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먼저 ‘장르 영화’가 출품 편수는 물론 예술적 성취에서도 크게 도드라졌습니다. 호러, 스릴러, 코미디 등 각 세부 장르에 관한 애정을 바탕으로 각 장르의 문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시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호러 작품의 경우에는 단순히 찰나의 공포스러운 순간을 만들어내는 걸 넘어 일상의 부조리를 공포의 렌즈로 재해석하는 묵직한 주제 의식이 돋보였습니다.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눈부신 성과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많은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창작자의 고유한 세계관을 전에 없던 독특한 스타일로 표현해왔지만, 올해 만난 작품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돋보였습니다. 신선한 상상력으로 사회적 고정관념과 금기를 용감히, 유쾌하게 깨트리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니 성북청춘불패영화제를 찾는 분들이 극영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작품에도 많은 관심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그밖에도 수어를 사용해 청각장애인의 삶을 그린 작품이 급증했다는 점, AI를 소재로 택한 작품이 많다는 점, 어린 시절이나 과거의 특정 시기를 향수 어린 관점으로 바라보는 작품이 늘어난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동시에 조금 우려스러운 지점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만난 거의 모든 작품이 사회에 숨어 있는 모순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감지하고 있었지만, 그에 관한 카메라, 혹은 주인공의 반응은 분노나 저항보다는 신경질적인 냉소와 우울한 무기력일 때가 많았습니다. 이는 물론 청년들이 동시대와 대면하는 가장 솔직한 방식일지도 모르지만, 분명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볼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성북청춘불패영화제의 모토는 ‘젊은 영화의 발견’과 ‘영화를 통한 대화의 장’입니다. 올해 우리가 만날 34편의 영화가 이 목표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젊은 영화를 발견하고 다 같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4회 성북청춘불패영화제 단편경쟁 본선 진출작 (제목 자모순)
sub)구독과 조아영#일상 (김국희, 극영화)
Twisted (강수희, 홍진리, 애니메이션)
곰팡이 (박한얼, 애니메이션)
나니까 미에루! (장재우, 극영화)
나를 들어줘 (공현지, 극영화)
너에 관한 단순한 사실들 (김용문, 극영화)
너에게 닿기를 (오재욱, 극영화)
돌고래와 헤엄치는 법 (서윤수, 극영화)
디-데이, 프라이데이 (이이다, 극영화)
라디오텔레스코프 (윤은경, 실험영화)
리본 윗 유 (박인주, 애니메이션)
마이디어 (김소희, 전도희, 극영화)
매일매일 일요일 (한건희, 극영화)
무천발 서울행 (전인서, 극영화)
바위가 되는 법 (김가현, 극영화)
비-러버 (곽동석, 극영화)
서리다 (김태휘, 극영화)
숲길을 걷는 시간 (김단아, 다큐멘터리)
스즈키 (안정민, 극영화)
시선정 (김혜지, 극영화)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노경무, 애니메이션)
없는 산 (정진아, 다큐멘터리)
영아의 섬 (최승현, 극영화)
왓 더 케이크! (이주영, 극영화)
이력 (이승준, 극영화)
이리할멈 (조정민, 조경민, 극영화)
작별 (공선정, 극영화)
차가운 숨 (채한영, 극영화)
체화 (홍승기, 극영화)
촛불에 부는 바람 (이다영, 극영화)
탄피 (김재민, 극영화)
트랙_잉 (이찬열, 조한나, 삼갈 락힘, 알리 티니베코프, 실험영화)
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 (임지선, 극영화)
확장기 (김나영, 극영화)
예심일정
2024.07.08. 월 - 09.05. 목
예심위원
김보년 프로그래머(서울아트시네마)
김소희 영화평론가
이도훈 영화평론가
정지혜 영화평론가
심희장 프로그래머
영화제 개최
2024.11.07. 목 - 11.13. 수
아리랑시네센터 아리랑인디웨이브